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5 숨



  돌봄터(병원)에서는 저를 ‘만성축농증’이라고 했습니다. 워낙 고삭부리라 아픈 데를 잔뜩 달고 사는 저였는데, 다른 무엇보다도 코 탓에 이비인후과를 날마다 드나들어야 했습니다. 집안일이며 곁일(부업)이며 몹시 바쁘고 힘든 어머니는 돌봄터에 치르는 돈뿐 아니라 돌봄터를 오가는 품이며 찻삯도 버거워 돌봄터 지기한테 묻습니다. “그러면 어떡해야 하나요?” “수술을 해야지요.” “수술을 하면 낫나요?” “아뇨. 수술을 해도 안 낫습니다.” 옆에서 이 말을 듣다가 벙 쪘습니다. ‘코를 째도 안 낫는다면서 코를 왜 짼다고! 네(의사) 코도 아니잖아!’ 돌봄터에서는 붙이기 쉬운 이름을 붙였을 텐데, 저는 코로도 입으로도 숨을 쉬기 어려운 나날을 39살까지 보냈습니다. 숨막혀 죽는다는 말을 내내 되새겼어요. 숨을 못 쉬면 1초도 버티기 힘든 서른아홉 해인데, 둘레에서는 “숨 좀 못 쉰다고 뭐가 아프다고 그래?” 하더군요. 이런 말을 외는 분은 눈코귀입을 다 막고 1시간 아닌 1분이라도 버틸 수 있을까요? 숨이 늘 가쁘고 벅찬 나날을 보냈기에 꿈을 생각할 틈이 없었습니다. 숨쉬기로도 바쁜걸요. 문득 돌아보면 이 숨을 쉬는 동안 오늘이 저한테 처음이자 마지막인 가장 아름다운 날로 여겨서 즐겁게 살자고 생각했구나 싶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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