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4.27.


《그림책이라는 산》

 고정순 글, 만만한책방, 2021.3.12.



2011년에 전남 고흥에 깃들면서 후박나무를 처음 알았다. 우리가 이 집에 깃들기까지 내내 줄기가 뭉텅뭉텅 잘리면서 시달리던 이 나무를 날마다 쓰다듬고 곁에서 속삭이는 사이에 무럭무럭 자라 이제는 큰나무가 되었다. 잎도 가지도 거의 없다시피 하면서 죽어가던 나무는 네 사람 손길하고 숨결을 먹으며 짙푸르게 컸지. 뒤꼍 뽕나무도 후박나무 못지않게 예전 임자한테 들볶였지만 열한 해 사이에 우람나무로 우뚝 선다. 두 나무를 지켜보며 생각한다. 해바람비에 즐거운 사랑을 머금으면 ‘죽는 일’이란 없고 ‘사는 길’이 피어나지 싶다. 《그림책이라는 산》을 구미 〈그림책산책〉에서 장만했다. 곁님이 먼저 읽다가 ‘서머셋 모옴’이 한 말을 읊는다. 서머셋 모옴은 ‘예술을 하고 싶은 사람은 전업작가 아닌 부업작가여야 한다’고 말했단다. 곰곰이 보면 내가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는 길은 늘 곁일(부업)이다. 여태 곁일로 살림돈을 벌어서 겨우겨우 우리말꽃을 쓰는 밑천을 삼는다. 온일로 우리말꽃을 쓴다면 훨씬 빠르고 알차게 끝맺을 수 있을까? 글쌔, 잘 모르겠다. 곁일이기에 외려 더 느긋이 오래오래 지켜보면서 돌보기도 한다. 곁일이기에 되레 더 천천히 두고두고 바라보면서 가꾸기도 한다. 그림책은 멧갓 아닌 그림책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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