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4.23.
《책갈피의 기분》
김먼지 글, 제철소, 2019.4.29.
어제 공주에서 대전으로 가는 버스에서, 또 대전 유성에서 내려 마을책집 〈다다르다〉로 가는 전철에서 《책갈피의 기분》을 다 읽었다. 글님 스스로 밝히기도 하는데, 오늘날 적잖은 펴냄터(출판사)에서는 글빛(이야기)이 아닌 팔림빛(장사)을 바라보면서 책을 엮는다지. 글님 스스로도 팔림빛에 걸맞게 오래 일을 했단다. 모든 일꾼이 팔림빛을 바라보면서 돈을 벌지는 않을 텐데, 글빛하고 팔림빛을 함께 품으면서 삶빛과 사랑빛으로 종이책을 엮는 길을 새롭게 열면 좋겠다. 오늘이 ‘책날’이라는데, 어제부터 삐걱거리던 사진기 렌즈가 오늘 그만 숨을 거둔다. 가난살림을 이으면서 형한테서 물려받은 이 렌즈는 스무 해를 쓰면서 톱니(부속품)를 석 판 갈았으니 그야말로 두고두고 알뜰히 썼지. 묵직한 책짐을 짊어지고 포항 한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살림돈을 헐어 눈(렌즈)을 새로 사야 하나?’ 끝내 새 눈을 샀다. 새 눈으로 빛꽃(사진)을 300자락쯤 찍었다. 진작 새로 샀어야 하더라. 스무 해를 쓴 눈은 참으로 애썼지. 애쓴 눈은 이제 쉬도록 해주자. 책갈피는 어떤 마음일까? 눈은, 붓은, 발바닥은, 손가락은, 몸뚱이는 저마다 무엇을 느낄까? 포항에서 ‘리본책방·민들레글방·달팽이책방·지금책방’을 들르고서 길손집에서 쓰러졌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