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24 바탕말 ㄱ



  낱말책을 엮으려면 먼저 ‘바탕말’을 세웁니다. 어떤 낱말을 싣고서 어떻게 다루느랴를 따지기 앞서, ‘바탕말’이 있어야지요. 달리 말하면 ‘밑말’입니다. 집을 지을 적에 집터에 세간이나 살림부터 갖다 놓지 않습니다. 집으로 지을 터가 오래오래 넉넉하고 즐겁게 이어가도록 ‘바탕·밑’부터 제대로 다지지요. ‘바탕·밑’을 제대로 안 다지고서 기둥을 세우거나 지붕을 올리거나 세간이며 살림을 들이면 와르르 무너집니다. 비가 오면 쓸릴 테고요. 이처럼 낱말책에서도 올림말에 앞서 바탕말부터 가다듬습니다. 이 바탕말은 ‘풀이를 하기 가장 어렵고 오래 걸리며 자꾸 보태야 하는 말’이면서 ‘생각을 나누는 길에 바탕이 되는 말’입니다. 이 바탕말은 ‘다른 낱말을 풀이할 적에 쓰는 말’이기도 합니다. ‘거칠다’ 뜻풀이 가운데 “13. 몸을 쓰는 일이 많아 힘들다 (숲노래 말꽃)”가 있는데요, ‘몸·쓰다·일·많다·힘·들다’가 바로 바탕말입니다. 그야말로 자주 쓰면서 자주 쓰는 줄 느끼지 못하기에 바탕말이기도 합니다. ‘바람·밥·먹다·살다·사랑·앞·옆’도 바탕말이지요. 낱말책을 엮는 바탕이 될 말을 눈높이에 따라 가눕니다. 어린이부터 읽느냐, 푸름이부터 읽느냐, 어른이 읽느냐를 가누며 바탕말을 셈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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