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 가네코 미스즈 전집
가네코 미스즈 지음, 서승주 옮김 / 소화 / 200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노래책 2021.4.19.

노래책시렁 159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

 가네코 미스즈

 서승주 옮김

 소화

 2006.2.21.



  누가 좋다고 알려주기에 좋구나 싶은 글이지는 않습니다. 누구 마음을 움직일 뿐 아니라, 이 마음에 사랑스럽거나 즐겁거나 아름답네 싶은 씨앗을 살며시 건네기에 좋구나 싶은 글입니다. 다만 누구 마음에는 사랑씨나 아름씨가 퍼질는지 몰라도, 모두한테 이 씨앗이 뻗지는 않아요. 어떤 이는 풀밭을 시멘트로 밀거나 삽차로 파헤치면서 씨앗이 깃들 자리를 없앱니다. 어떤 이는 자동차를 내달리거나 싸움연모(전쟁무기)를 휘두르면서 씨앗을 죽입니다. 어떤 이는 풀죽임물이나 비닐로 씨를 말려 버리지요.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는 바닷마을 조그마한 보금자리에서 태어난 노래를 묶습니다. 이 노래책에는 더없이 수수하구나 싶은 이야기가 흐릅니다. 그런데 ‘수수한’ 이야기야말로 ‘아름답’기 마련이에요. 수수한 살림을 그리지 않으니 참으로 안 아름답습니다. 늘 부는 바람이기에 아름답고, 노상 내리쬐는 햇볕이라서 사랑스러워요. 늘 토닥이는 어버이 손길이기에 아름답고, 노상 뛰노는 아이들 웃음꽃이라서 사랑스럽지요. 글감을 먼발치에서 찾으려 하니 꾸밉니다. 이야깃감은 모두 우리 보금자리에 있는 줄 알기에 수수하게 옮기면서 스스로 빛납니다. 내가 있고 작은 새랑 풀꽃이 있으며 방울에 눈비에 구름이 함께 있습니다.



항구는 축제로 / 들떠 있지만 / 바닷속에서는 / 몇만 마리 / 정어리의 장례식 / 열리고 있겠지 (풍어/23쪽)


아무도 모르는 들녘 끝에서 / 파란 작은 새가 죽었습니다. / 춥디추운 해 저물녘에 // 그 주검 묻어 주려고 / 하늘은 흰 눈을 뿌렸습니다. / 깊이깊이 소리도 없이 (눈/8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