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시간 문학의전당 시인선 198
전태련 지음 / 문학의전당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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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2021.4.19.

노래책시렁 184


《빵 굽는 시간》

 전태련

 문학의전당

 2015.5.29.



  글쓰기에는 스승이 없습니다. 스승이 왜 있어야 할까요? 밥짓기나 살림하기나 소꿉놀이에도 스승이 없습니다. 스승이 무슨 쓸모일까요? 글쓰기에는 오직 ‘글동무’가 있습니다. 밥짓기나 살림하기에도 오로지 ‘밥동무·살림동무’가 있어요. 더 잘 쓴 글이 없고, 더 잘 지은 밥이 없습니다. 늘 스스로 즐겁게 가꾸면서 언제나 서로 반가이 맞이하는 글이요 밥이며 살림입니다. 《빵 굽는 시간》을 읽는 내내 노래님은 왜 노래를 글로 옮길까 하고 돌아보았습니다. 글멋을 굳이 부릴 까닭이 없이 오늘 스스로 맞아들이는 삶을 고스란히 적으면 될 뿐입니다. 맛난 밥도 멋진 밥도 차릴 까닭이 없이 오붓하게 나눌 밥을 지으면 될 뿐이에요. 그러나 우리는 ‘이름난 글’이라든지 ‘알려진 글’에 얽매여 정작 우리 삶을 놓치기 일쑤입니다. 이름이 나거나 잘팔리는 그들이 어떤 글을 써서 책을 내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아야 비로소 ‘우리 이야기’가 ‘우리 노래’로 피어납니다. 마을마다 소꿉놀이랑 고무줄놀이가 달라요. 고장마다 사투리가 있고, 고을마다 스스로 놀이뿐 아니라 살림을 손수 지어서 누립니다. 멋을 부리고 싶다면 먼저 눈을 감아요. 눈을 감고서 멋을 부려 봐요. 눈감은 채 보는 멋이란 무엇일까요? 겉멋 아닌 속멋을 볼 일입니다.


ㅅㄴㄹ


햇살만 몇 섬, 가득 부려놓은 / 길고양이도 그냥 지나가는 / 산 속 빈집, 반쯤 허물어진 담장 가 / 감나무 한 그루 가지가 휘어질 듯 감을 달고 있다 (폐가의 가을/30쪽)


가을 산에 들면 온통 빵 굽는 냄새 / 하느님이 커다란 화덕에 은근한 장작불 피워 / 온 산에 빵 구우신다 (빵 굽는 시간/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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