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1 내 등판은



  멧골에 가는 차림새가 아닌 책집에 가는 차림새입니다. 겉옷도 가볍습니다. 한겨울이라면 반소매 한 벌에 긴소매 한 벌을 두르는데, 찬바람이 매섭다면 비로소 얇은 겉옷을 더 입습니다. “왜 이렇게 옷이 얇아요? 안 추워요?” “하하, 이 등짐을 짊어져 보시겠어요? 조금 걷다 보면 온몸이 따듯하답니다. 책을 가득 담은 등짐 차림으로 걸으면 한겨울에도 포근포근하지요.” 혼자 살며 늘 책에 빛꽃틀(사진기)을 짊어진 터라, 아이가 찾아온 뒤부터 책을 덜어내고서 기저귀에 포대기에 물병에 배냇옷을 챙겼습니다. 오랫동안 책짐이 익숙하던 몸은 ‘아기를 돌보는 옷살림’을 한가득 짊어지고서도 아기를 품에 안고서 걸을 만했어요. 작은아이가 찾아온 다음에는 이런 등짐 차림에 두 아이를 안고 걷기도 했습니다. “자가용이 있으면 수월할 텐데.” 하고 혀를 차는 이웃님한테 “아이를 품에 안고 걸으면 아이한테서 저한테 따스한 기운이 스미고, 저한테서 아이한테 포근한 숨결이 퍼져요. 얼마나 사랑스러운걸요.” 하고 들려줍니다. 기꺼이 집니다. 즐거이 멥니다. 신나게 안고 업어요. 아이가 없던 무렵에는 종이책이 제 사랑이었다면, 아이가 곁에 있는 오늘은 아이들이 제 사랑이요, 이 사이에 책을 살그마니 놓습니다.


ㅅㄴㄹ


2009년 3월 9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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