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4.10.


《파리 상점》

 김예림 글·사진, 생각을담는집, 2012.2.20.



희고 둥근 민들레씨를 품으면 포근하다. 깜짝 놀랄 만큼 손바닥이 빛난다. 눈을 감고서 손바닥을 바라보면 반짝반짝 하얀 물결이 일렁인다. 다른 씨앗도 매한가지이다. 어느 씨앗이건 손바닥에 얹으면 이내 두근두근한다. “응? 왜 그래?” “네가 나를 손에 얹었으니까.” “그런데?” “나더러 이제 깨어날 때가 되어서 옮기려는 뜻 아니니?” “음, 바로 심을 수도 있지만, 네 기운을 내 몸으로 받아들이고 싶어.” 우리 어른들이 서두르지 않으면 좋겠다. 바쁘게 몰아치지 않으면 좋겠다. 느긋하게 풀밭이나 숲에 깃들어서 씨앗 한 톨을 손에 얹고서 지그시 눈을 감으면 좋겠다. 씨앗이 안 보인다면 꽃송이나 풀잎을 하나 훑어서 손에 얹으면 좋겠다. 우리 손으로 녹아드는 기운이 얼마나 놀라운가를 깨닫고서 마음눈을 뜨면 좋겠다. 《파리 상점》을 읽었다. 읍내를 다녀오는 시골버스에서 읽었다. 파리란 고장에서 오래도록 손빛을 밝히는 가게를 찾아다닌 이야기는 알뜰하다. 다만 하나는 아쉽다. 그 가게가 걸어온 길을 적느라 막상 ‘글님 스스로 그 가게에서 누리고서 마주한 숨빛이란 무엇인가’는 거의 안 적었더라. 여러 아름가게를 알려주는 일도 뜻있지만, ‘왜 아름가게인가?’보다는 ‘이곳에서 이렇게 하루를 보냈어’를 쓰면 좋겠는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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