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4.9.


《열쇠》

 줄리아 와니에 글·그림/성미경 옮김, 분홍고래, 2021.3.12.



바람이 분다. 겨울이라면 이 바람이 매서워 자전거가 거의 앞으로도 못 나가고 손발이 꽁꽁 얼겠지. 봄이니 이 드센 바람을 하하하 웃으면서 천천히 달린다. 봄바람은 불면 불수록 손발이 외려 따뜻하다. 면소재지 우체국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데, 도화면 푸름이가 문득 나한테 몸을 돌리면서 머리에 ‘사랑’을 그리더니 “아저씨, 멋지세요!” 하고 외친다. 깜짝 놀라서 아무 대꾸를 못 하고 그냥 지나쳤다. 등 뒤로 아이들이 나누는 말소리가 들린다. “뭐가 멋진데.” “자전거 타니까 멋지잖아.” “그게 뭐.” “자전거 타는 아저씨가 어디 있어?” 자전거는 면소재지 기스락 탱자꽃밭을 스친다. 우리 집에 탱자나무를 옮기려고 여러 해 애썼지만 다 안 되었다. “가시만 굵고 열매를 못 먹는 탱자를 무어 쓰려고?” 하는 이웃이 많은데, 꽃내음하고 잎내음에 구슬 같은 열매가 아름답지. 그림책 《열쇠》를 읽고서 ‘열쇠’란 노래꽃을 썼다. 아름책을 펴낸 분홍고래로 노래꽃을 띄워 보았다. 큰아이도 ‘열쇠’란 이름으로 노래꽃을 써 주었다. 우리는 무엇을 여는 사람일까? 우리는 무엇을 여는 하루일까? 우리 마음에서 무엇을 열어야 할까? 열쇠가 없으면 못 열까? 처음부터 자물쇠랑 열쇠가 없는 푸른별을 생각해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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