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4.8.


《연필》

 헨리 페트로스키 글/홍성림 옮김, 서해문집, 2020.7.17.



동그란 민들레씨를 손으로 품으면 포근하다. 손바닥으로 포근한 기운이 훅 끼치면서 온몸이 찌르르하다. 아이들이 민들레씨를 만날 적마다 멈춰서 톡 꺾은 다음 손에 쥐고서 후후 불 만하다. 씨앗이란 이렇게 숨빛이 포근한걸. 여느 씨앗도 매한가지이다. 어느 씨앗이든 좋다. 들이나 숲에서 갓 훑은 씨앗을 손바닥에 얹으면, 이 씨앗에서 흐르는 기운이 물결치면서 마음으로 말을 걸지. “넌 왜 날 네 손에 놓았니?” “너를 느끼려고.” “나를 어떻게 할 셈이야?” “음, 바로 심을 수 있고, 너를 심고서 아낄 이웃님한테 건넬 수 있고, 이듬해에 심도록 건사할 수 있고, 또는 네가 나랑 한몸이 되도록 먹을 수 있어.” 두툼한 《연필》을 읽는다. 글붓 한 자루를 둘러싼 이야기를 조금 잔소리 같은 군말을 꽤 섞어서 들려준다. 잔소리나 군말을 덜어내면 책이 한결 가벼울 만하다고 본다. 글붓이 걸어온 자취를 짚는 이야기도 나쁘지 않지만, 글붓이 되어 준 ‘나무’를 조금 더 살피고 마음을 기울이면 훨씬 나은 이야기가 될 만하다고 본다. 글붓이 된 나무가 살던 ‘숲’을 조금 더 헤아리고 마음을 쏟으면 그야말로 아름다운 이야기가 될 만할 테고. 다시 말하자면, 나무하고 숲 이야기가 없이 ‘사람’ 이야기만 너무 많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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