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4.3.
《쿄카 요괴비첩 상》
이마 이치코 글·그림/서수진 옮김, 미우, 2020.10.15.
얼핏 살짝 드는가 싶던 비가 잇달아 내린다. 저녁까지 내내 온다. 올해는 비가 살짝 잦은가 싶으나, 비가 하루이틀쯤 내린 다음에는 어김없이 사나흘이나 엿새 즈음 맑다. 알맞게 하늘을 씻고, 살그마니 땅을 쓸어 준다. 이토록 고맙게 내리는 비라면 온누리가 맑을 만하다. 우리 집에는 보임틀(텔레비전)을 안 두니 날씨가 어떨는지 날씨터(기상청) 말을 듣지 않는다. 날씨는 바람이며 하늘이며 이슬이며 풀꽃으로 읽으면 된다. 옛말에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가 있다. 개미를 살펴보아도 어림할 만하니, 개미가 풀밭에 바글거리면 비가 아직 안 온다는 뜻이요, 개미가 풀밭에서 감쪽같이 사라지면 곧 비가 온다는 뜻이다. 《쿄카 요괴비첩 상》을 읽었다. 《백귀야행》이 익숙하다면 이 그림꽃책도 곁에 둘 만하다. 문득 생각하니 ‘시공사’는 그림꽃책을 거의 접었으나 《백귀야행》만큼은 꾸준히 우리말로 옮긴다. ‘전두환 아들내미 펴냄터’라지만 이 대목은 돋보인다. 님이란 내가 아닌 사람을 고이 맞이하는 이름이다. 동무도 이웃도 너도 모두 님이다. ‘남’이 ‘님’이다. ‘놈’이라 안 한다. 거꾸로 동무나 이웃이나 네가 볼 적에 ‘나(내)’도 ‘님’이 되지. 서로 님으로 마주할 수 있다면 늘 마음을 읽을 만하다. 날씨까지.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