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0 갈무리



  우리말꽃(국어사전)이란 책을 쓰기에 늘 갈무리를 합니다만, 처음에는 그저 쓰면서 밑감을 모아요. 어느 만큼 모일 적에 비로소 갈래를 지어 차곡차곡 담습니다. 이렇게 ‘먼저 써서 모아 놓고 나중에 갈래짓기를 하다’ 보니, 이제는 처음부터 갈래를 어떻게 지으면 좋을까를 알아챕니다. 참말로 처음에는 그냥 죽 할 뿐이에요. 잔뜩 장만한 책을 갈무리할 적에도 똑같더군요. 처음에는 그저 사서 읽고 죽죽 쌓아요. 책값은 있되 책칸(책장)을 들일 돈은 없으니까요. 이러다가 누가 골목에 내놓은 책칸을 보면 낑낑대면서 들고 오지요. 골목에서 얻은 책칸이 생기니 이때부터 비로소 ‘슬슬 갈래짓기를 해볼까?’ 하고 소매를 걷습니다. 모이기에 갈무리를 합니다. 모이지 않으면 가를 알맹이가 없어요. 차근차근 지어서 모으기에 갈무리할 부피가 생겨요. 글을 빨리 써내어 갈래도 빨리 짓고 꾸러미로도 빨리 묶어야 하지 않습니다. 책을 빨리 읽거나 느낌글을 얼른 써내야 하지 않습니다. 삶을 누리는 오늘에 맞추어 느긋이 바라보고 즐겁게 헤아리면서 한 올 두 올 실타래를 여밉니다. 잘 보이도록 가누어야 하지 않아요. 오늘을 되새기고픈 마음이기에 가누어요. 보기좋게 묶어야 하지 않아요. 손길마다 사랑을 담아서 하나하나 어루만져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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