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9 아버지 책



  어린배움터 으뜸길잡이(초등학교 교장)로 일자취를 마친 우리 아버지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정년퇴임식’을 으리으리하게 하셨고, 그자리에 그 고장 국회의원이 와서 ‘축하금 5000만 원’을 냈다며 자랑처럼 말씀하셨어요. 우리 아버지가 책을 얼마나 읽으셨는지는 모릅니다만, 돈을 벌고 ‘돈을 벌 일을 꾀하’고 ‘돈을 벌 일을 꾀하느라 뭇사람을 만나고 어울리’느라 손에 책을 쥘 겨를은 거의 없다시피 한 줄은 압니다. 아버지 책시렁에 새로운 책이 늘어나는 모습은 거의 못 보았어요. 이 책시렁에 ‘제가 일하던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얹었고, 2004년부터는 ‘제가 쓴 책’을 보태었습니다. 언젠가 보니 제가 꽂은 책이 무척 많더군요. “나는 왜 이다지도 책에 파묻히면서 책길을 갈까?” 하고 돌아보면 아버지랑 어머니 때문이라고 할 만합니다. 책을 읽고서 어린이를 슬기롭게 가르칠 자리에 있되 책을 안 읽은 아버지 때문이고, 책을 읽고 싶으나 집안일에 집살림으로 책을 손에 쥘 틈이 없는 어머니 때문입니다. 우리 아버지 책시렁에 꽂혔던 책치고 제가 좋아할 만하거나 곁에 두고픈 책은 드뭅니다만, 외려 이 때문에 더더욱 혼자서 책길을 파고 책밭을 넓히면서 스스로 갈고닦거나 담금질하는 나날을 오늘까지 살아왔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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