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4.8.

숨은책 518


《國文版 논어》

 이선근·최남선 머리말

 신현중 옮김

 청익출판사

 1954.?.



  1985년치 새뜸종이로 겉을 싼 《國文版 논어》는 어떻게 스며든 책일까 하고 돌아봅니다. 헌책집에서 《國文版 논어》를 찾았기에 그해에 가장 정갈한 새뜸으로 겉을 가볍게 쌌을까요? 집안에 오래도록 건사하다가 너무 닳았기에 그해에 갓 나온 새뜸으로 겉을 단단히 여미었을까요? 《國文版 논어》는 ‘國文版’처럼 한자를 먼저 적고서 ‘논어’는 한글로 적어요. “한글 논어”처럼 적을 생각을 1954년에는 못했구나 싶고, 아직 우리는 우리말을 슬기로우면서 수수하게 가다듬는 길에 넉넉히 나서지는 못하네 싶어요. 언제나 첫걸음이 새걸음이지 싶습니다. 첫발을 떼려고 마음에 생각을 품기에, 이 생각이 즐겁게 씨앗이 되어 차근차근 나아가는 밑힘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첫걸음에서 멈추어야 하더라도 즐겁게 품은 씨앗이 늘 마음에 감돌 테니 앞으로 한결 씩씩하면서 홀가분히 피어나는 꽃으로 거듭날 테고요. 1985년치 새뜸종이를 슬쩍 들추며 생각합니다. 그무렵 아버지 심부름으로 새벽마다 새뜸을 사왔는데, 어른들이 날마다 읽는 새뜸에 무슨 소리가 적혔는지 영 알 길이 없었어요. “왜 어른들은 아이가 못 알아볼 낱말로 이런 글을 쓰지?” 하고 투덜거렸어요. 오늘날 ‘한글로 적은 글’은 얼마나 쉬우면서 고울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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