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514
《한글》 제4권 제8호
조선어학회·이윤재 엮음
조선어학회
1936.9.1.
헌책집을 돌며 묵은 《한글》을 하나씩 장만해서 읽었습니다. 한글학회에 오랜 《한글》은 없다고 했습니다. 1950∼80년대에 나온 《한글》은 어렵잖이 만나서 읽다가 2002년 1월에 서울 〈뿌리서점〉에서 1930년대 《한글》을 처음 만났고, 2021년 3월에 부산 〈고서점〉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2002년에 1930년대 《한글》을 처음 만날 적에는 ‘로빈손 무인절도 표류기’나 ‘하멜 표류기’를 옮긴 글이 새로웠다면, 2021년에 1930년대 《한글》을 다시 만나서 읽자니 온통 새까맣게 일본 한자말을 쓰는 글결이 거슬립니다. 곰곰이 보니 조선어학회는 1920∼40년대에 걸쳐 ‘한글맞춤법 통일안’을 세우는 데에 온힘을 쏟았고, ‘기독교 성경’하고 싸웠더군요. ‘기독교 성경’이 한글을 퍼뜨리는 데에 앞장섰지만 ‘서울말(표준어)’이 아닌 사투리를 그대로 쓴다며 나무랍니다. 선교사·조선총독부는 진작 ‘조선말 사전’을 엮었습니다. 낱말책을 엮자면 맞춤길·서울말이 서기도 해야겠으나, 선교사·조선총독부는 사투리를 나무라지 않았어요. 맞춤길을 세우고 서울말로 가다듬어도 나쁘지 않으나, 새물결에 걸맞게 새말을 짓는 길에도 마음을 쏟으면 좋았을 텐데 싶어 아쉽고, 이 얼개가 오늘날 국립국어원까지 고스란히 흐르네 싶습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