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3.28.


《바텐더 10》

 죠 아라키 글·나가토모 겐지 그림/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8.4.25.



비가 퍼붓고 나니 후박가랑잎이 마당에 소복하다. 고흥살이 열한 해를 돌아보면, 후박가랑잎은 늦봄부터 첫여름 사이에 잔뜩 떨어진다. 흔히들 가랑잎은 가을에 진다고 여기지만 후박나무 같은 늘푸른나무는 오랜잎을 봄여름 사이에 떨군다. 작은아이하고 마당을 쓴다. 아침나절에 호로로롱삣쫑 노래하는 새가 마당에 찾아와서 후박나무에 앉았다. 잎을 쓸면서 노랫소리를 듣는다. 엊그제는 마을 뒤쪽 멧자락에서 호호호롱삣쫑 노래를 들었기에 마음으로 “우리 집 후박나무가 우람하니 여기에 와서 노래해 주렴.” 하고 속삭였는데, 이 말대로 와 주었구나. 여느 해보다 퍽 이른 찔레싹을 훑는다. 올해에는 버무리지 않고 날로만 누린다. 《바텐더 10》을 읽으면서 살짝 지겨웠다. 술 한 방울에 마음을 담아서 나누는 길을 찬찬히 보여주는 그림꽃책이기는 한데, 얼거리나 줄거리가 늘 같다. 여러 술을 고루 보여주는 듯하지만 모든 이야기는 늘 하나로 맞물린다. 눈물을 달래고 웃음을 지피는 한 모금이라고 할까. 큰 줄거리 하나를 놓고서 온갖 삶을 섞는 셈일 수 있는데, 그렇더라도 너무 뻔하게 보이는 흐름이자 이야기로 맴돈다. 발돋움도, 살림꽃도, 사랑도, 그다지 그려내지 않고서 쳇바퀴를 도는구나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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