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3.27.
《세상이 보이는 한자》
장인용 글·오승민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2020.12.29.
쏟아지는 비를 보다가 낮잠이 든다. 쏟아지는 비는 또 우리 마을을 깨끗하게 씻어 주는구나 싶다. 일산에서 아이들 이모·이모부·할머니·할아버지·동생들이 찾아왔다. 다같이 부엌이며 마루에 앉아 빗소리를 듣는다. 우리는 늘 듣는 빗소리라서 ‘그저 좋구나’ 하고 생각하는데 “도시에서는 비가 와도 빗소리를 들을 수 없어.” 하고들 이야기한다. 가만 보니 그렇다. 큰고장에서는 비가 오면 길이 막힌다든지 옷이 젖는다든지 툴툴거리는 목소리가 높다. 큰고장에서는 눈이 와도 길이 막힌다든지 딴소리가 가득하다. 눈비가 무슨 노릇을 하는지 헤아리지 않고, 풀꽃나무가 어떤 몫인지 살피지 않는다. 바람이며 별은 왜 우리한테 찾아오는가를 돌아볼 겨를도 없겠지. 《세상이 보이는 한자》는 어린이가 한자를 무턱대고 외우기보다는 밑길을 생각하도록 이끌려는 책이지 싶은데, 어제하고 오늘을 잇는 넋까지는 못 다루는구나 싶다. 한자만 삶을 담거나 그릴까? 우리말도 삶을 똑같이 담으면서 그린다. 한자만 흙·물·풀을 많이 그릴까? 어느 나라 말이든 다 똑같다. 삶자락을 바라보면 모두 읽을 수 있다. 숲을 마주하면 모조리 알아낼 수 있다. 마음을 틔워 바람을 마시면 누구나 빛나는 숨결로 피어날 만하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