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511


《尋常 小學國史 上卷》

 文部省 엮음

 大阪書籍株式會社

 1920.10.22.



  일본에서 일본 어린이를 가르치려고 1920년에 펴낸 《尋常 小學國史 上卷》을 천안에 있는 헌책집에서 만났습니다. 어쩐지 판짜임이나 글씨나 줄거리가 낯익구나 싶더니, 1923년에 조선 어린이한테 가르치려고 조선총독부에서 펴낸 《普通學校 國史 兒童用》하고 거의 똑같습니다. 《尋常 小學國史》는 일본 어린이가 배울 책이니 일본 발자취를 담을 텐데, 《普通學校 國史》는 우리나라(조선) 어린이가 배울 책이지만 우리 발자취가 아닌 일본 발자취가 가득해요. 그런데 이 배움책 사이사이에 손글씨로 적어서 슬쩍 붙인 종이가 있습니다. 꽤 많아요. 왠 종이를 이렇게 붙였나 하고 들여다보니 ‘우리 발자취’를 일본글로 적었더군요. 아, 그무렵(일제강점기) 어린이를 가르치던 어른이 쓰던 배움책 같아요. ‘국사’란 이름인데 일본 발자취만 가르칠 수 없다고 여겨, 서슬퍼런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몰래 가르친 자국이네 싶어요. 일본 배움책을 다룬 곳(發賣所)은 ‘國政敎科書共同販賣所’입니다. 오늘 우리는 ‘국정교과서’란 이름을 쓰는데 일본 제국주의 옷을 물려입은 셈입니다. 털어낼 티끌이란 무엇일까요? 씻어낼 허물이란 뭘까요? 나아갈 길은 어디일까요? 어른이라면 아이한테 어떤 오늘을 들려주면서 앞길을 그릴 적에 참다울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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