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3.23.


《사계절 밥상》

 박연 글·그림, 고래가숨쉬는도서관, 2020.4.17.



지난봄에 훑은 앵두를 달콤가루에 재워 한 해를 두었다. 며칠 앞서 드디어 앵두단물을 옮겨담는데 작은아이가 “음, 술이 되지 않았을까요?” 하고 묻는다. “궁금하면 네가 맛봐.” 처음에는 “으, 실 듯한데?” 하고 이맛살을 찡그리더니 달콤물을 옮기고 남은 ‘쪼글이 앵두’를 한 톨 냠냠 씹더니 “어? 되게 맛있네. 하나도 안 시고 달기만 해. 엄청 맛있어!” 한다. 이윽고 작은그릇에 소복히 담아서 마당에서 한 톨씩 훑어먹고 씨를 여기저기 뱉는다. 우리를 감싸는 바람이 포근하다. 비바람이 가시고서 이렇게 고요하구나. 뽕나무를 옮겨심는다. 집을 새로 올리는 옆집하고 담벼락을 다시 맞추기로 하면서 뒤꼍 뽕나무를 옮겨야 한다. “뽕나무야, 네가 뿌리내린 이 자리는 바닥에 돌이 많단다. 새 자리에는 흙이 많으니 깊이 뻗을 만하리라 생각해. 잘 옮겨가자.” 저녁에 면소재지로 자전거를 달려 먹걸리를 산다. 막걸리 한 통을 살살 붓는다. 《사계절 밥상》은 시골지기 아줌마 박연 님이 빚은 그림꽃책. 어린이한테 들살림이며 들밥 이야기를 그림꽃으로 펴는 멋스러운 분이다. 시골에서 흙을 가꾸면서 흙내음이며 풀내음을 차근차근 여미시는데, ‘만화 그리기’가 좋아도 ‘흙 만지기’가 매우 좋아서 일찌감치 서울을 뜨셨다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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