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3.18.


《잠꾸러기 수잔의 스웨터》

 히로노 다카코 글·그림/예상열 옮김, 한림출판사, 2002.3.25.



바람은 언제 불까. 어릴 적에는 이런 생각을 으레 했고, 둘레 어른한테 물었는데 “바람이 부는 데서 물지 뭘 그런 걸 물어?” 하는 핀잔을 들었다. 비는 언제 내릴까. 어릴 적에는 참말 이런 생각을 늘 했고, 가까이 마주하는 어른한테 묻는데 “비가 올 때 오지 뭘 그게 궁금해? 공부나 해!” 하고 꾸중을 들었다. 이러고서 푸른배움터를 여섯 해 다녔고, 열린배움터에 들어가고, 책마을에 들어가서 일하며 어릴 적 일을 까맣게 잊었다. 아이를 낳고서 큰고장을 떠나 시골에서 살아가며 우리 아이들이 묻는 새삼스러운 이런 말 “바람은 왜 불어?”나 “비는 왜 와?”를 빙그레 웃으면서 듣는다. “그래, 바람은 왜 불고 비는 왜 올까? 넌 어떻게 생각해?” 하고 되묻고는 이튿날 종이에 바람 얘기랑 비 얘기를 적어서 살며시 건넨다. 《잠꾸러기 수잔의 스웨터》는 아이를 사랑하는 할머니 마음결이 묻어나는 그림책이다. 큰아이가 태어난 뒤에 장만해서 읽기도 했지만, 큰아이가 열네 살로 접어든 올해에 새로 장만해서 다시 찬찬히 읽는다. 아이는 심부름을 훌륭히 해낸다. 아이는 스스로 뭘 좋아하는지 뚜렷이 밝힌다. 아이는 고단하면 하품을 하고서 잔다. 아이는 어버이나 할매 할배 품에서 포근히 꿈나라에 간다. 삶이란 이렇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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