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3.16.


《금낭화를 심으며》

 송명규 글, 따님, 2014.10.20.



지난 두어 해 겨울에 고흥이 모처럼 꽤 추웠고, 이때에 유자나무가 몹시 힘들어했다. 이동안 후박나무는 그럭저럭 견뎠는데 지난겨울에는 유자나무뿐 아니라 후박나무까지 매우 힘들었구나. 우리 집 후박나무뿐 아니라 이웃마을이나 읍내 후박나무가 죄 잎 끝자락이 누렇게 시들었다. 여태 본 적 없던 모습이다. 그래도 새잎이 돋고 잎망울이며 꽃망울이 조금씩 부풀려 한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에 우리 집 후박나무는 열매를 아예 안 맺다시피 했다. 지난겨울에 모질게 힘들어 열매를 못 맺었다면 올해에는 어떠려나. 《금낭화를 심으며》를 읽는다. 풀꽃나무와 풀짐승과 숲이웃을 아끼려는 마음이 물씬 흐른다. 큰고장이나 서울에 살면서 푸른마음을 건사하는 이웃이 늘면 좋겠다. 시골에 살면서 푸른꿈을 키우는 이웃도 늘면 좋겠다. 큰고장이나 서울에서는 외려 숲을 보여주거나 가르치려고 애쓰지만, 막상 시골에서는 숲을 멀리하거나 밀어내기 일쑤이다. 바다하고 숲이 하나요, 들하고 숲도 하나이고, 마을이랑 숲도 하나인 줄 잊는다면 우리 앞길은 오직 죽음이다. 나무만 우거지는 숲이 아니라, 나무 곁에 풀꽃이 있고, 풀꽃 곁에 풀벌레가 있으며, 풀벌레 곁에 새가 있고, 새 곁에 갖은 짐승이 있기에 비로소 숲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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