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3.17.


《은여우 15》

 오치아이 사요리 글·그림/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1.2.28.



활짝 핀 앵두꽃을 바라본다. 밝다. 하얀 바탕에 발그스름한 기운이 감돌면서 달포근하다. 달달하듯 포근한 이 꽃송이는 잎이 비바람에 조금 흩날려도 속살이 떨어지지 않는다. 야무지다. 앵두나무 곁에 서서 가만히 눈을 감는다. 가지치기를 안 했기에 둥그스름하게 퍼지며 자라는 앵두나무는 낮에도 밤에도 반짝거린다. 하루 내내 하얗게 빛난다. 사랑받으면서 살아가는 숨소리가 통통 울린다. 《은여우 15》을 읽으며 반갑다. 한동안 우리말로 안 나오다가 다시 꾸준히 나오는구나. 끝까지 이렇게 가 주면 좋겠다. 사람이기에 사람을 볼 텐데, 사람이기에 이웃 숨결을 볼 수 있다. 풀꽃 숨결을 보고, 풀벌레 숨빛을 읽고, 새랑 구름 숨노래를 느낄 만하리라. 동무하고 마음을 나누고, 저마다 무럭무럭 크는 따스한 사랑을 가꿀 만하겠지. 바람이 불어 앵두꽃을 팔랑인다. 벌이 하나둘 찾아들고 앵두잎이 조물조물 올라온다. 부추는 꽤 올라왔다. 알싸한 물이 오르며 토실하다. 돌나물도 살살 올라온다. 봄에는 모든 풀이 새롭다. 틀림없이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보았지만 올해 볼 적에는 처음 만나는구나 싶도록 좋다. 이제 겨울잠은 다 깼겠지? 아니, 늦잠을 자도 돼. 일어나고 싶을 때에 일어나렴. 네 숨빛을 마음껏 펼치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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