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61


《한석봉 천자문 만화(학습) 교본》

 ? 글·그림

 삼일출판사

 1980.9.



  아버지는 어린배움터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동시를 썼습니다. 집에 커다란 낱말책하고 자그마한 옥편이 있었어요. 여기에 《한석봉 천자문 만화(학습) 교본》이 있었지요. 열 살에 마을 할아버지한테서 천자문을 배웠는데 이 만화책이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1971년에 처음 나온 듯하고 꾸준히 새로 찍으면서 펴낸해만 달리 적던데, 같은 글·그림을 숱한 곳에서 고스란히 베끼고 훔쳐서 그대로 내기도 했습니다. 누가 쓰고 그리고 엮었을까요? 천자문을 만화로 엮자는 생각은 누가 했고, 어떻게 마무리를 했고, 일삯을 얼마나 받았을까요? 모든 글씨에는 뜻하고 소리가 흐릅니다. 한자뿐 아니라 한글에도 뜻이랑 소리가 나란히 있어요. 우리 나름대로 바라보고 겪고 생각한 숨결을 글씨로 옮겨서 나누는구나 싶어요. 겨울에 꽃처럼 내리는 눈, 봄날 새롭게 트는 잎눈, 둘레를 바라보는 반짝이는 눈빛, 우리가 든든히 디디는 온누리, 함께 모여 살아가는 나라, 흙빛을 가리키는 ‘누렇다’라는 낱말까지 ‘누’에는 갖가지 숨결이 감돌아요. 마을 할아버지는 썩 재미나게 가르치진 못했지만 온힘을 다하셨어요. 온마음을 재미랑 즐거움을 더할 적에 말이 빛나고 글이 살아나지 싶습니다. 말빛은 삶빛으로, 다시 삶빛은 말빛으로 이어간다고 느껴요.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