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62


《박쥐통신》 1호

 한일박쥐클럽 엮음

 한일박쥐클럽

 2018.10.



  틈이 나면 놀았습니다. 토막틈이어도 손가락씨름을 하고, 발을 구릅니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아도 구름놀이입니다. 하늘빛을 보고, 비둘기가 푸드덕 나는 모습을 보고, 잔바람에도 춤추는 풀꽃을 봅니다. 어버이 심부름을 다녀오는 길에도, 날마다 밀리는 숙제란 짐에 쌓여도 으레 쪽틈을 내어 놉니다. 어린 날 살던 곳에는 땅밑칸(지하실)이 길게 있었어요. 한낮에도 캄캄한 땅밑칸이라, 이쪽에서 저쪽까지 걸어가기만 해도 오들오들 떨고, 어귀에는 으레 박쥐가 살았습니다. 시골 아닌 인천 같은 큰고장에 웬 박쥐냐 할는지 몰라도, 제비랑 박쥐는 1980년대가 저물 무렵까지 흔히 보았습니다. 해가 지고서 숨바꼭질을 한다며 으슥한 곳에 숨을라치면 박쥐가 되레 놀라 파다닥 뛰쳐나오고, 박쥐가 날아오르면 술래고 뭐고 없이 와와거리면서 박쥐를 따라 달렸습니다. 《박쥐통신》 1호를 보며 반가웠는데 2호는 언제 나올는지 아리송합니다. 아무튼 첫걸음이라도 만나니 좋아요. 숲에서도 살지만 사람 곁에서도 같이 살면서 나방을 사냥하는 박쥐는 어린이 놀이벗이었습니다. 낮에는 대롱대롱 매달린 채 깊이 잠드니 톡톡 쳐도 꼼짝을 안 해요. 살짝 누르거나 쓰다듬으면 되게 부드럽고 따뜻했습니다. 자꾸 만지면 귀찮다며 날개를 폈다 접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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