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504


《솔밭 아이들 제2호》

 문인숙·권진숙·박소희·명규원 엮음

 송림사랑방교회·송림어린이집

 1988.12.15.



  저는 ‘공부방’에 다닌 일이 없고, 공부방이 뭔지 아는 동무도 없다시피 합니다. 만석동에 살던 동무는 “우리 마을에 뭐가 하나 있긴 하던데, 난 거기 싫더라.” 했습니다. ‘공부’라는 이름부터 듣기 싫은 초·중·고등학교 열두 해인데, 왜 가난마을에 찾아와서 가난한 아이들한테 뭔가 가르치거나 함께하겠다는 대학생이나 어른은 ‘공부방’이란 이름을 붙였을까요? ‘공부방’이란 이름이어야 가난마을 아줌마가 아이들을 보내리라 여겼을까요? 가난마을에 깃들어 애쓴 ‘공부방’이 나빴다거나 잘못했다고 여기지 않습니다만, 가난마을 아이들을 ‘돕겠다’는 마음은 아니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저 ‘동무로 지내겠다’는 마음으로 같이 놀려고 찾아왔다고 보고 싶습니다. 그분들이 대학교에서 철학·사상·인문을 익힌 깜냥으로 가난마을을 가르치려 들지 말고, 그저 ‘마을아이가 마을놀이를 하고 마을노래를 부르는 품으로 조용히 스며들어서 마을어른으로 같이 살’면 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솔밭 아이들 제2호》를 1998년에 처음 보았습니다. 송림동 동무들하고 신나게 뛰논 일만 떠오를 뿐 그곳에 공부방이 있었는 줄 까맣게 몰랐습니다. 가만히 보면, 공부방 어른들은 골목놀이를 하러 소매를 걷고 나온 적은 없었지 싶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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