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3.17.

오늘말. 아나바다


열 살 남짓이던 1984년 무렵 ‘아나바다’를 처음 들었다고 떠올립니다. 1998년 무렵에 이 말씨가 퍼졌다고들 하지만, 저는 어릴 적에 인천에서 이런 말을 으레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뭔 소리인가 어리둥절했지만 꽤 재미나게 지은 이름이라고, ‘바자회’나 ‘자선회’ 같은 어린이가 못 알아들을 말하고 달리 참 쉽다고 여겼습니다. 말이란 우리가 살아가면서 스스로 지으면 되니까, ‘아나바다’이든 ‘나바다’이든 ‘아바다’이든 살짝 바꿔서 쓸 만합니다. ‘바다잔치’나 ‘아나마당’이라 해도 재미있어요. 새롭게 지을 살림길을 꾀합니다. 이웃하고 어깨를 겯을 나눔길을 벌입니다. 하나씩 세워요. 차근차근 마련합니다. 어렵게 여기지 말고, 가까운 자리부터 찾기로 해요. 멀리 가지 말고 곁에서 살펴요. 누구나 할 만합니다. 생각하고 헤아리는 우리 스스로 내다보면서 새틀을 짜고 즐거이 사귀면 되어요. 하루를 돌보는 손길로 자리를 엽니다. 오늘을 가꾸는 눈빛으로 밥을 짓고 옷을 뜨며 집을 보살펴요. 동무랑 맛차림을 나눕니다. 이웃하고 맛솜씨를 주고받아요. 기쁘게 오가는 이야기를 모으고, 오순도순 지내면서 이 보금자리하고 마을이 빛납니다.


ㅅㄴㄹ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다·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나눔터·나눔판·나눔마당·나눔밭·두레잔치·두레터 ← 교환센터, 정보센터, 바자회, 바자(bazaar), 자선(慈善), 자선사업, 자선회


꾀하다·벌다·벌이다·세우다·마련하다·찾다·살피다·하다·생각하다·헤아리다·보다·내다보다·모으다·지내다·사귀다·짜다 ← 도모(圖謀)


돌보다·가꾸다·보살피다·다루다·다스리다·밥짓다·밥하다·밥차림·밥·짓다·하다·차리다·맛차림·맛내기·맛길·맛솜씨 ← 조리(調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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