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와의 디너 - 다카하시 루미코 걸작단편집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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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3.12.

모두 꿈인지도


《마녀와의 디너》

 타카하시 루미코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0.12.25.



  《마녀와의 디너》(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0)를 읽으면 바람아씨나 빛아씨나 숲아씨 이야기가 흐릅니다. 둘레에서 ‘마녀’라는 한자말을 으레 쓰기는 하지만, 정작 ‘마녀’가 무엇인가 하고 제대로 살피는 일은 드물지 싶습니다. 괘씸하거나 모질거나 사나운 아씨가 마녀일까요? 새롭게 살리거나 북돋우거나 거들거나 달래는 아씨가 마녀이지 않을까요?


  바람을 다룰 줄 알고, 빛나는 길을 알며, 숲을 돌보는 길이기에 마녀라고 느낍니다. ‘마(魔)’라는 한자는 섣불리 쓸 노릇이 아닙니다. 더구나 바람아씨·빛아씨·숲아씨를 나쁘게 몰아붙이면서 괴롭히거나 죽이던 사내들 몹쓸짓을 헤아린다면 ‘마 + 녀’라는 이름짓기는 속살림하고 동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바람을 다룰 줄 알고, 빛나는 길을 알며, 숲을 돌보는 사내한테는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요? 아마 한자말로 ‘신선·신령’이라 하지 않나요? 이름부터 곰곰이 볼 노릇이면서, 어떠한 삶이고 살림이며 사랑인가를 눈여겨보아야지 싶습니다. 오늘 숱한 사내가 걷는 길을 되새기고, 앞으로 가시버시나 사내·가시내가 나아갈 슬기로운 길을 돌아보아야지 싶어요.


  집안을 돌볼 줄 모르면서 나라나 일터를 제대로 다스리지는 못하기 마련입니다. 아이를 보살필 줄 모르면서 일꾼을 부리거나 바깥일만 잘 해내지는 못하기 마련입니다. 밥을 지어서 따뜻하게 차릴 줄 알 적에 살림꾼이요, 살림꾼이란 살림지기이니, 이 살림지기가 나라지기나 마을지기를 맡아야 나라와 마을이 아늑합니다.


  오늘 우리 삶터를 보셔요. 밥 한 그릇 지을 줄 모르는 이들이 벼슬자리를 꿰차면서 갖가지 잘못을 일삼지 않나요? 아기를 사랑으로 낳아 보듬는 손길을 모르는 채 벼슬질만 하면서 온갖 잘못을 일으키지 않나요?


  바람아씨·빛아씨·숲아씨는 바탕이 사랑입니다. 벼슬을 거머쥔 사내는 바탕이 무엇인가요? 글을 쓰거나 책을 엮는 사람들은, 또 글을 읽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은 스스로 바탕에 무엇을 두는지요? 이 삶은 모두 꿈인지도 모릅니다.


ㅅㄴㄹ


“타베이 씨, 혹시 마녀를 물리치는 엑소시스트 같은 겁니까?” “뭐, 가사 도우미는 부업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마녀입니다.” (32쪽)


‘그래, 아야카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환상의 여자였던 거야.’ (59쪽)


‘하긴, 전에도 집은 잠자러 가는 곳일 뿐. 아내가 만들어 준 식사를 렌지에 데워서 혼자 먹었으니 금방 만든 밥과 반찬을 먹을 수 있는 지금이 훨씬 나을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일에만 파묻혀 보냈지. 일이 좋았으니까. 나는 실수 한 번 없이 정직하고 당당하게 살았어.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103쪽)


“할아버지, 기저귀 좀 갈아 줘! 거기 있으니까! 그건 할 줄 알지?” “아니, 해본 적이…….” “쯧.” ‘혀를 차?’ (116쪽)


“엄마 님은 용감하게 싸워서 그 남자를 영역 밖으로 쫓아냈답니다.” “진짜? 엄마, 그 자식 이젠 안 와?” “어?. 응.” (194쪽)


#たかはしるみこ #高橋留美子 #高橋留美子傑作集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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