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3.4.


《할머니의 좋은 점》

 김경희 글, 자기만의방, 2020.6.2.



새벽에 일어나서 노래꽃을 쓴다. 내가 쓰는 노래꽃은 언제나 우리 아이들한테 들려주려는 삶노래인데, 이 노래꽃을 으레 이웃님 한 분한테 건넨다. 이웃님 한 사람한테 하나를 건네니, 하루에 이웃님 열 사람을 만나면 열 꼭지를 쓴다. 2018년에 일본마실을 하며 하루에 스물여섯 꼭지를 잇달아 쓴 적 있는데 그날 참말로 스물여섯 사람을 만나서 하나씩 드렸다. 새벽·아침·낮이 흐르는 동안 바지런히 움직이면서 마음에서 피어나는 노래꽃을 헤아리면 ‘오늘 이렇게 누구를 만나서 말을 섞겠구나’ 하고 느낀다. 인천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서울에서 다른 전철로 갈아타고 춘천에 닿는다. 춘천에는 무척 오랜 헌책집인 〈명문서점〉이 있다. 오늘 찾아가서 책을 한 꾸러미 장만하고 셈을 하니 “내가 헌책방 장사를 육십오 년 했소” 하고 말씀한다. 책집 할매 나이가 예순다섯이 아닌, 책집 발자취가 예순다섯 해. 이럴 때 내 입에서는 ‘사람꽃(인간문화재)’이란 소리가 절로 터져나온다. 저녁에 길손집에 들면서 《할머니의 좋은 점》을 마저 읽는다. 할매란 어떤 숨빛일까? 할매는 아이들한테 어떤 사랑이며 살림을 물려줄까? 책집 할매도, 여느 살림집 할매도, 시골에서 흙짓는 할매도, 모두 이 땅에서는 사람꽃이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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