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95
《육군문고 4호》
정훈감실 엮음
육군본부
1959.
1959년에 《육군문고 4호》가 나왔으니, 앞서 석 자락이 더 있다는 뜻입니다. ‘문고’란 이름처럼 손바닥에 쥘 만큼 조그마한 책이요, 바지 뒷주머니나 옆주머니에 넣고서 다니다가 쉴틈에 펼 만합니다. 그러나 막상 군대에서 총칼·총알·등짐을 잔뜩 짊어지고서 하루 내내 멧골을 타넘고, 들에서는 내달려야 하다 보면, 또 저녁에는 천막을 치거나 비질·걸레질로 하루를 마감하다 보면, 붓을 쥐어 하루를 남기거나 뭘 읽을 기운이 터럭만큼도 없습니다. 아니, 조그만 종이꾸러미조차 무거워서 못 들고 다녀요. 군대는 총알이나 등짐 무게를 줄이도록 하면서 싸울아비(군인) 주머니에 손바닥책 하나를 넣어 줄 수 있을까요? 나라는 군대를 없애면서 젊은이 가슴에 참사랑이며 참살림이란 빛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손바닥책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을 만할까요? 참사랑·참살림은 우리가 이 땅에서 어떻게 삶을 짓는 길을 밝히는 불이 될까요? 가벼운 글도 그림도 좋습니다만, 이 땅을 누비며 멧골을 가로지르는 젊은이한테 흙내음이며 풀꽃나무를 포근히 돌보는 길을 알려주는 이야기를, 곁짝이 될 사람을 보드랍고 상냥히 아끼는 눈을 밝히는 줄거리를 들려주면 좋겠어요. ‘군인이 되는 나이’란 마음도 몸도 슬기롭게 무르익을 나날이거든요.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