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90


《거듭 깨어나서》

 백기완 글

 아침

 1984.10.15.



  국민학교 3학년이던 1984년에 ‘내가 존경하는 사람’을 써서 내라는 말에 한참 헤매고 망설이다가 ‘나’라고 적었습니다. 동무들은 ‘부모님·선생님’을 비롯해서 이름나거니 훌륭하다는 사람을 적는데, 저는 도무지 어느 누구도 우러를(존경) 수 없다고 느꼈어요. 어버이는 그저 사랑일 뿐 우러를 빛이 아니요, 대단하다는 어른도 그저 대단할 뿐 남을 높이거나 섬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내가 존경하는 사람 = 나’라고 적어서 내니 실컷 얻어맞았습니다. 배움터 길잡이는 제가 장난을 친다고 여겼습니다. “선생님, 우리는 어느 누구도 존경할 수 없어요. 대단하거나 훌륭한 사람이 있으면 솜씨나 슬기를 배울 뿐, 그이를 높일 수 없어요. 나중에 제가 대단하거나 훌륭한 사람이 되더라도 누가 저를 섬겨야 하지 않아요. 그때에도 그저 저한테서 뭔가 배울 뿐이에요. 사랑을 물려주는 어버이하고 저는 ‘사랑’ 사이일 뿐이지, 높거나 낮은 사이가 아니에요. 우리가 높일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나’이지 싶어요. 남이 아닌 ‘나’를 아껴야지 싶어요.” 《거듭 깨어나서》는 힘꾼·돈붙이·이름바라기한테 억눌리지 않는, 또 우리가 스스로 돌보며 어깨동무하는 길을 깨닫자고 외처요. 스스로 빛이 되어 설 적에 ‘나’입니다.


ㅅㄴㄹ


아이들한테 '존경하는 사람'을 물어보지 말고,

남을 존경하도록 내몰지 말고,

언제나 스스로 사랑하고

서로 아낄 줄 아는 마음만 북돋우기를

비는 마음으로...

옛생각 한 자락을 떠올려서 적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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