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3 등짐



  “웬 등짐이 그렇게 커요? 멧골을 오르셔요? 한참을 밖에서 지내는 사람 같아요. 안 무거워요?” “책집에 가는 등짐이에요. 무릎셈틀(노트북)에 책을 짊어지지요. 즐겁게 장만하는 책은 안 무거워요. 신나게 곁에 둘 책인걸요. “에, 저는 들지도 못하겠던데, 거짓말이죠?” “참말이에요. 저는 책을 무겁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아이를 안거나 업으면서 ‘얘야, 네가 무거워서 안기 힘들어.’ 하고 여기거나 말하지 않아요.” “아.” “사랑하는 아이를 안거나 업듯, 사랑할 책을 장만해서 등에 짊어지고 집으로 간답니다. 그래서 등짐은 되도록 크고 좋은 녀석으로 장만해요. 이 등짐 저 등짐을 써 보고서 알았어요. 작거나 값싼 등짐은 어깨끈이 풀어지거나 끊어질 뿐 아니라 구멍이 나더군요. 이 등짐은 50만 원이 넘는 값을 치렀는데, 열 해 넘게 짊어지면서 두 벌을 맡겨서 어깨끈을 손질했답니다. 제대로 지은 것을 제값을 주고 장만하면 잘 고쳐 줘서 오래오래 쓸 만하고, 등이 한결 좋아요.” 책을 담아서 지기에 어울리도록 짓는 등짐이 드뭅니다. 책을 스물이나 서른, 때로는 마흔이나 쉰을 담고서 뛰거나 달려도 튼튼한 등짐이 드물어요. 두툼한 끈을 겹으로 댑니다. 애쓴 등짐을 쓰다듬습니다. 책을 담는 새로운 제 몸입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