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3.3.


《용수 스님의 사자》

 용수 글, 스토리닷, 2021.3.2.



어제 낮에 인천에 닿아 혼자서 선화동·주안동·학익동·용현동을 걸었다. 해가 기울 즈음 버스를 타고서 신흥동3가에서 내렸고,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잿빛집에 숨막혀 얼른 도원동을 가로질러 창영동으로 넘어갔다. 오늘은 아침에 여러 이웃님하고 숭의4동부터 인천 도화 1·2동을 걷는다. 지난 열 해 사이에 틈이 되면 이 골목을 걷기도 했지만, 그렇지만, 해가 갈수록 부쩍 늘어나는 잿빛집하고 확 줄어드는 골목집 사이가 너무 멀다. 멀쩡한 골목집에 풀꽃나무를 알뜰히 심어 돌보는 골목집이 삽날에 푹푹 찍혀서 눈물짓는 소리를 싸하게 듣는다. 온나라가 잿빛집만 올리면 이 나라는 아무 빛이 없으리라. 살림집을 고작 잿빛집으로만 바꾸려 하면, 이 나라 사람들은 스스로 어떤 사랑인가를 잊고 말리라. 잿빛집에는 돈은 있되 ‘살림·사랑·숲·숨결’이 없다. 잿빛집을 자꾸 지으라고 밀어대는 벼슬꾼은 사람들한테 죽음만 심으려는 짓이라고 느낀다. 어제 인천으로 오는 전철에서 《용수 스님의 사자》를 폈고 저녁에 마저 읽는다. 스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스스로 빛이 되려는 길에서 스스로 얻은 슬기요, 누구나 이 슬기를 스스럼없이 누리기를 바라면서 나누는 노래이지 싶다. 한 손에는 씨앗을, 다른 손에는 붓을 쥐면서 빛물결이 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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