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3.2.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박홍규·박지원 이야기, 싸이드웨이, 2019.12.5.



아침 일찍 길을 나서려는데 작은아이가 부시시 일어나서 “오늘 가요?” 하고 묻는다. “응. 오늘 누나랑 빨래를 해봐. 하루를 즐겁게 그리고, 놀이도 살림도 스스로 지어 보렴.” 후박나무랑 동백나무를 스치며 나설 즈음 큰아이도 일어나서 손을 흔든다. “잘 놀고, 잘 배우고, 잘 지내. 아버지도 잘 다녀올게.” 마을 앞 첫 버스를 타고 읍내로 간다. 서울 가는 버스표를 끊고서 한 시간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도 읽고 노래꽃도 쓴다. 오늘 만날 이웃님을 생각하면서 한 자락 두 자락 여민다. 시골에서 우리는 ‘마당 있는 집’에서 살아가는데, 이 고흥조차 ‘마당 없는 잿빛집’에서 사는 분이 부쩍 는다. 서울이나 큰고장뿐 아니라 시골 읍내는 아예 젯빛집투성이가 된다. 잿빛집에서는 잿빛을 읽겠지. 마당 없는 집에서는 마당살림이나 햇볕이나 눈비바람이 아닌 손전화를 읽겠지. 삶이라는 길은 얼핏 읽을는지 모르되, 살림이나 사랑이나 사람이라는 길을, 숲이나 숨결이나 새나 풀벌레라는 길을, 이제 다들 모조리 잃거나 잊는 길은 아닐까? 잃거나 잊는 투성이에서 무엇을 새로 읽으려나? 책을 읽다가 덮는다. 눈을 사르르 감는다. 내 마음으로 저 하늘빛이 파랗게 물들기를 바란다. 구름꽃을 읽으며 쉰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