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오늘말. 그루


저는 나무를 “한 그루 두 그루”로 세면서 심습니다만, 둘레에 “한 주 두 주”로 세는 분이 꽤 많습니다. 예전에는 흙두레(농협) 벼슬꾼이나 ‘주(株)’라는 한자를 썼다면, 요새는 여느 시골지기도 이 한자를 쓰면서 ‘그루’란 낱말을 멀리합니다. 지난날에는 ‘그루갈이’를 말하는 분이 많았으나, 이제 이렇게 말하는 분은 찾을 길이 없이 ‘이모작’을 한다고 해요. 사람이 손수 갈아서 돌보는 땅이며, 이러한 일을 오래오래 ‘그루’로 가리켰지만, 이 ‘그루’는 여러 가지에서 바탕을 이루는 일이라 여겨 ‘그루터기’란 낱말도 태어났지만, 나무를 한 그루씩 심어 차근차근 숲으로 나아가듯 우리 손길을 하나씩 모아 찬찬히 일터를 보듬는 살림을 나타내는 자리에 ‘그루·그루터기·그루지기·그루두레·그루일터’처럼 쓰임새를 넓히기보다는 ‘주식회사·주주·주식’ 같은 말씨만 번집니다. 어느 말이든 우리 삶을 나타낼 텐데, 우리가 땅을 디디는 줄 느끼고, 땅에서 피어나는 꽃인 줄 헤아리고, 땅에서 살림을 짓는 수수하면서 빛나는 손길인 줄 느끼면 좋겠어요. 나무 한 그루를 심듯, 손길을 한 그루씩 모아 봐요. 함께 그루님이 되어 봐요.


그루 ← 경작, 경작지, 농지, 농토, 농경지, 주(株), 주식(株式), 농업, 농사, 농사일, 재배(栽培)

그루갈이·그루뜨기 ← 이모작, 양모작

그루님·그루지기 ← 주주(株主)

그루두레·그루일터 ← 주식회사

그루터기 ← 하부, 기본, 기본적, 근본, 기초, 기초적, 주주(株主)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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