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3.1.

숨은책 492


《어두운 마당》

 배봉규 글·그림

 한국안보교육협회 엮음

 형문종합교육개발

 1982.4.30.



  요즈음은 예전처럼 ‘승공·반공’ 같은 글씨를 배움터 어귀나 담벼락에 붙이지 않습니다. 예전이라고 하면 1989년이 저물고 1990년으로 넘어설 즈음까지인데요, ‘총력안보’라든지 ‘자주·협동·단결’이라든지 갖가지 이름을 붙이면서 어린이하고 푸름이를 닦달했어요. 제가 다닌 어린배움터(국민학교)는 만화책을 우리한테서 빼앗아 해마다 너른터에서 활활 불사르며 “이런 나쁜책은 읽지 마!” 하며 윽박질렀는데, 나라나 배움터에서 우리한테 읽으라고 건네면서 ‘반공독후감’을 내라고 하던 만화책이 있어요. 《어두운 마당》은 이 가운데 하나입니다. ‘해돌이’하고 ‘천사’가 나오는데요, 이 만화책을 간추려 “때려잡자 공산당!”을 글종이 다섯 쪽으로 채워서 다달이 냈고, ‘해돌이’하고 ‘천사’를 그려넣은 반공포스터도 나란히 냈습니다. 어깨동무나 아름길이나 바른넋하고 동떨어진 ‘승공·반공’ 독후감에 포스터였어요. 어른들은 배움터나 마을에서 날마다 아이들을 때렸습니다. 참말 예전엔 ‘사랑매’란 이름으로 매바심이 잦았어요. 책상맡에서 반공독후감을 쓰다가 짝꿍하고 수군댔습니다. “야, 북쪽이나 남쪽이나 어른들이 아이를 두들겨패기는 마찬가지 아냐?” “누가 아니래? 너무 힘들다.” 주먹은 평화가 아니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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