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 모름투성이



  모름투성이인 터라 이 책도 저 책도 안 가리고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이이는 왼날개라서 안 된다’라든지, 저 책을 읽으면 ‘저이는 낡은 사람이라 안 된다’고 손사래치는 이웃이 많았는데, 이 모든 말을 귓등으로 넘기고서 어느 책이건 안 가렸습니다. 배우려고 읽었습니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자리에서 무슨 꿈을 키우는 삶을 어떻게 가꾸려 하는가를 헤아리려고 온갖 책을 스스럼없이 읽었어요. 이이가 저지른 잘못이 수두룩하더라도 이이가 쓴 책에는 어떤 이야기가 흐르는가를 엿보면서 ‘이이가 말하고 삶이 어긋난 대목’이 언제부터였는가를 짚고, ‘나라면 말하고 삶을 어떻게 하나로 가꾸는 숲길이 될까?’ 하고 생각했어요. 아마 모름투성이 아닌 앎투성이인 삶길이라면 굳이 이 책 저 책 찾아다니면서 읽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모르기에 누구한테서나 배웁니다. 모르기에 어디에서나 배웁니다. 모르기에 책뿐 아니라 별빛·들꽃·나무·새·풀벌레·씨앗·바람·구름·눈비·냇물·숲한테서도 배웁니다. 모르기에 자전거뿐 아니라 자동차한테서도 배워요. 모름투성이인 제 모습이 창피하거나 싫지 않습니다. “전 아직 몰라요. 전 오늘까지 이만큼 배웠어요.” 하고 말합니다. 이러며 새롭게 책 하나를 더 쥡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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