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2.25. 새를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우리 집은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가득합니다. 우리 집은 바람 따라 나무가 춤추는 소리가 넘실거립니다. 우리 집은 뭇새가 엄청나게 찾아들어 하루 내내 조잘조잘 노래합니다. 우리 집은 온갖 풀벌레가 저마다 다르게 노래하면서 어우러집니다. 우리 집은 손바닥만 한 땅뙈기에도 벌나비에 개미에 뱀에 개구리에 두꺼비에 두더지에 여러 이웃이 어우러져 살아갑니다. 마당에 서서 문득 뒤를 돌아보니 물까치가 얼추 열대여섯 있나 싶더니, 뒤꼍으로 두어 걸음 옮기니 서른 남짓 있다가 뿔뿔이 흩어집니다. 물까치 곁에는 참새가 그득하고, 참새 둘레에는 박새에 딱새에 작은 새가 나란히 있습니다.
하긴. 멧비둘기에 직박구리에 개똥지빠귀에 까마귀에 까치에, 겨울에는 조롱이나 수리에, 할미새나 딱따구리에, 곧 봄이 되면 찾아들 제비에, 또 동박새에, 숱한 새가 끝없이 드나들면서 뭔가 쪼고 구경하고 둘러보다가 갑니다. 이 많은 새는 어디에서 밤을 보낼까요. 이 많은 새는 겨우내 어떻게 어디에서 지냈을까요. 노래하는 새가 가득하니까 굳이 사람 목소리를 내는 노래를 들을 일이 없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서 처마 밑에 앉거나 나무 곁에 서면, 끝없이 울리는 새노래가 있고 바람노래가 있습니다. 또 나무줄기를 살살 어루만지면 줄기를 오르내리면서 콩콩 뛰는 숨소리를 느낍니다. 바위에 앉으면 이 바위가 쿵쾅쿵쾅 가슴이 뛰는 소리가 온몸으로 퍼집니다.
곁에 갖가지 종이책을 늘 잔뜩 쌓고서 살아갑니다만, 새노래 바람노래 돌노래 나무노래 풀노래 구름노래 해노래 별노래를 듣다 보면, 종이책에 적바림한 이야기는 매우 가볍거나 얕구나 싶어요. 아니, 이 여러 노래를 두루 담아내어 글빛을 밝히는 글님이 참 드물구나 싶습니다. 노래하지 않는 글이란 메마릅니다. 노래하지 않는 붓이란 차갑습니다. 노래하는 글이기에 상냥하고 따스하고 즐거우면서 아름답습니다. 나뭇가지에 앉는 새처럼, 바람을 타는 새처럼, 구름을 가르는 새처럼, 풀꽃을 사랑하는 새처럼, 언제나 노래하는 새처럼, 글 한 줄을 여미는 길을 연다면, 모든 책이 얼마나 고울까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