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2.24.

숨은책 489


《젊은 날》

 백기완 글

 화다출판사

 1982.3.15.



  마흔이나 쉰이란 나이를 지나더라도 스스로 마음이 포근하여 새롭게 삶을 사랑하는 씨앗을 푸르게 우거진 숲처럼 품을 줄 안다면 ‘젊은이’라고 느낍니다. 스물 언저리인 나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마음에 찬바람을 일으켜 꽁꽁 얼릴 뿐 아니라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는 쳇바퀴질로 틀에 갇히는 몸짓이라면 ‘늙은이’라고 느낍니다. 《젊은 날》을 처음 만난 스무 살 언저리에 이 노래책을 참 투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꾸미거나 저렇게 치레하지 않은 “젊은 날”이란 이름을 수수하게 붙인, 더구나 책꼴에 더도 덜도 손대지 않고서 앞쪽은 새하얗게 뒤쪽은 새카맣게 여민 매무새가 퍽 눈여겨볼 만하다고 생각했어요. 젊은 날이란 눈부시게 새햐안 빛줄기이면서, 고요하게 새까만 밤빛일 테지요. 젊은 날이란 흰눈처럼 겨울을 소복히 덮고서 꿈으로 나아가는 길이면서, 여름철 나무그늘처럼 까무잡잡 시원한 터전일 테고요. 1933년에 태어난 꿈둥이는 2021년에 흰머리 할아버지가 되어 숨을 내려놓았습니다. 얼추 아흔 해를 걸어온 길은 늘 “젊은 날”이었을까요. 나이·돈·힘·이름·얼굴 어느 하나로도 금을 긋지 않으면서 어우러지는 손길을 바란 “젊은 꿈”이었을까요. 젊기에 노래하고, 웃고, 손잡고, 얼싸안으면서 꽃씨를 심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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