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2.19.
《홈메이드 홈 1》
나가오 마루 글·그림/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2.3.15.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가를 느끼지 못할 만큼 살지만, 어떻게든 하루를 되새기고 남긴다. 어릴 적에는 ‘겪은 일’을 보여주는 것을 고스란히 남겼다. 이를테면 ‘시험종이’를 모두 건사했다. 더 어릴 적에는 아버지가 피우고 버리는 담배에서 ‘상표’를 떼어서 건사하기도 했다. ‘주전부리 자루(과자 봉지)’도 모았다. 초코파이가 20원에서 50원으로 오르고, 무게도 슬그머니 줄였는데, 동무들이 하나도 모르길래, 꼬박꼬박 모아서 “자, 봐, 이렇게 바뀌었잖아.” 하고 보여주니 그제서야 알아차리더라. 열여덟 살을 지날 무렵 ‘글’을 써서 스스로 삶을 남길 수 있다고 깨달았고, 그 뒤로 내 민낯도 둘레 민모습도 고스란히 남겼다. ‘거짓말을 안 하기’가 아닌 ‘참말을 하기’로 글을 쓴 셈이다. 《홈메이드 홈 1》를 읽으면서, 와 참 아름답네 하고 생각해 보지만, 이 그림꽃책은 썩 사랑받지 못한 듯하다. 그리 사랑받지 못한 그림꽃책이 한둘이랴. 비록 널리 사랑받지 못하고 스러지거나 잊히는 그림꽃책이 수두룩하더라도, 내가 알아보면 된다. 나는 열린책숲(공공도서관)이 아닌 책마루숲(서재도서관)을 꾸리지만, 어느 책숲에서고 아름책을 건사하면 넉넉할 테지. 마음으로 품을 책을 읽고, 마음으로 사랑할 책을 되새긴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