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배움살림 2021.2.16.
숲집놀이터 246. 면사무소 복지계
바람이 드세어 도무지 자전거는 안 되겠네 싶어 시골버스로 읍내 우체국을 다녀온 낮나절, 면사무소 공무원 두 사람이 우리 책숲에 찾아왔다. 고흥에서 열한 해를 살며 책마루숲(서재도서관)을 꾸리고 책이며 말꽃(사전)을 숱하게 써내어도 이 고장 공무원이나 교사나 작가는 책숲에 안 찾아왔다. 하나같이 ‘군수바라기’를 할 뿐이요, ‘군수가 꾀하는 막삽질에 붙거나 입을 다물’ 뿐이었다. 면사무소 공무원이 찾아온다기에 ‘시골이란 터전을 새롭게 가꾸면서 푸르게 북돋아 젊게 피어나는 길’을 이야기할 만한가 싶었으나, 두 분은 ‘복지계’ 일만 맡는다면서 ‘차상위계층’인 우리가 ‘어떤 물품 지원을 받으면 좋겠는가’만 묻고 들으려 한다. “저희가 사는 마을 뒤쪽 기스락 보이시지요? 저 자리는 고흥으로 옮기고 싶어한 서울사람들이 마을 어르신한테 팔아 달라고 한 자리예요. 멧턱에 집을 짓고 밭을 작게 일구고 싶다고들 했는데, 마을 어르신은 젊은 서울사람한테 안 팔고 태양광업자한테만 팔아서, 이제 이곳에 젊은이가 들어올 일은 사라졌습니다. 요 앞 멧자락도 잔뜩 밀었지요? 저기도 태양광 예정지잖아요? 저희한테 샴푸·치약·쌀·라면 같은 물품을 주시더라도 저희가 쓸 일이 없어요. 저희를 돕고 싶으시면 저희가 지은 책과 사전을 사서 읽어 주셔요. 그리고 이 시골이 농약하고 비닐이 아닌 숲을 헤아리는 흙살림으로 가는 길을 함께 생각해 주셔요. 복지계라서 복지만 맡는다면, 이 작은 시골이 너무 좁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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