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중심 삶창시선 47
정세훈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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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노래책시렁 180


《몸의 중심》

 정세훈

 삶창

 2016.11.29.



  큰아이가 뒤꼍을 둘러보고서 “아버지, 산수유나무가 곧 꽃이 터질 듯해. 봉오리에 노란꽃이 살짝살작 보여.” 하고 말합니다. 큰아이가 말하기 앞서 진작 보았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는데, “그래, 그렇구나.” 하고만 대꾸했습니다. 처음 들은 척해야지요. 큰아이 말을 듣고서 이틀쯤 지나서 곁님한테 “올해에는 우리 집 산수유나무가 꽃을 엄청나게 피우려고 해. 매화보다 훨씬 먼저 피겠는걸” 하고 말하니 “산수유꽃? 난 못 봤는데?” 해서 그저 빙그레 웃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래요. 몸이 힘들거나 고되거나 아프면 함께 보았어도 잊기 쉽고, 마음이 환하거나 튼튼하거나 가벼우면 미처 못 보았어도 웃음꽃으로 맞아들여요. 《몸의 중심》을 읽는 내내 꽤 버거웠습니다. 노래님은 우리더러 같이 버겁자고 외치는구나 싶더군요. 그래요, 이 나라는 도무지 어깨동무보다는 외곬로 치달으니 노래 한 자락조차 버거운 이야기로 가득 채울 만합니다. 그런데 저쪽 자리 사람들이 나라지기를 맡기에 버거울까요? 이쪽 자리 사람들이 나라지기를 맡으면 안 버거울까요? 노래하는 정세훈 님 글 가운데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살림을 가꾸는 이야기’는 못 봤습니다. 바깥일도 대수롭겠습니다만, 우리 ‘복판’은 어디에 있을 적에 사랑이 될까요?


ㅅㄴㄹ



춥고 배고프고 누울 곳 없는 / 저 아슬아슬한 / 생 앞에서 // 투신하고 목을 매는 / 막막한 / 주검 앞에서 // 세상만사 다 그런 거라고 / 그저 그런 거라고 / 이런 모습도 있고 / 저런 꼴도 있는 법이라고 (나는 더 아파야 한다/58쪽)


내가 아무리 돈이 없는 / 놈이지만 / 이건 너무 싸다 / 가난한 내가 사기에도 싸다 / 달라는 대로 주고 사기에 미안하다 (싸도 너무 싸다/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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