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63


《經濟的인 고기·생선 料理》

 편집부 엮음

 여원사

 1958.12.1.



  어머니나 마을 아주머니는, 생각을 요모조모 하면서 살림을 이모저모 든든히 꾸리면 “참 알뜰하구나” 하고 말하면서 ‘알뜰이’ 같은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어머니나 마을 아주머니는 책을 펼 틈이 없이 집 안팎에서 늘 일이 멧더미였는데, ‘여성잡지’라는 책은 으레 다달이 서로 다른 책으로 장만해서 돌려읽었어요. 밥짓기나 살림짓기하고 얽힌 대목은 오리고 헌종이(폐품)를 모을 적에 내놓았지요. 곁딸린 책은 으레 건사하면서 집에 둡니다. 《女苑》 ‘제4권 제12호’ 곁책으로 나온 《經濟的인 고기·생선 料理》를 서울 아현동에 있던 〈문화서점〉에서 만났습니다. ‘경제적’이란 이름이 붙은 곁책을 보노라니 어머니하고 마을 아주머니 말씨가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여성잡지에 물들지 않던 무렵에는 ‘알뜰’이나 ‘살뜰’이라 말했으나 어느새 ‘경제적’으로 바뀌어요. 자주 보고 노상 듣는 말씨가 입에 익기 마련일 테니까요. 《사상계》 같은 잡지는 ‘알뜰히 밥짓기’를 다루는 곁책을 안 냈습니다. 요즈음 인문·사회과학잡지도 그렇지요. 그러나 참된 인문·사회과학잡지라면 ‘밥짓기·옷짓기·집짓기·살림짓기’ 같은 수수한 얘기부터 다뤄야지 싶어요. 평등·평화·인권은 언제나 살림자리부터 싹트거든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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