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오늘말. 밭
어릴 적에 동무랑 놀다가 서로 “여긴 내 자리야. 넘어오지 마.” 하고 누가 말하면 “여긴 내 땅이야. 넘보지 마.” 하고 누가 말합니다. 이 말씨가 재미나서 “여긴 내 밭이야. 들어오지 마.” 하는데, ‘자리’도 ‘땅’도 아닌 ‘밭’이라 하니까 “밭이라니? 거기 뭐가 있는데?” 하고 묻습니다. “내 놀이밭이지.” 배추를 좋아하니 배추밭이고, 마늘을 좋아하니 마늘밭입니다. 풀을 좋아해서 풀밭이요, 나무를 좋아하기에 나무밭입니다. 바람을 품고 싶은 바람밭이요, 구름이 쉬었다 가도록 구름밭입니다. 숨을 이루는 바탕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느 뜨락에서 어떤 터를 닦으면서 어떤 판으로 가려는 길일까요. 넋이 나간다고 하는데, 넋은 아무 모습이 없습니다. 스스로 그리는 대로 바뀌고, 어디로든 홀가분히 흐르는 빛살이라 할 만합니다. 몸에서 벗어나 둘레를 살펴봐요. 몸에만 매이지 말고 이 삶터를 드넓게 바라봐요. 마당에 풀 한 포기 돋습니다. 뜰에 꽃 한 송이 핍니다. 꽃그릇이 아닌 흙에 뿌리를 내리도록 집에서 건사합니다. 곁에 꽃을 둡니다. 곁에 풀이며 나무를 둡니다. 곁에 별님이며 해님을 둡니다. 오늘 이곳에서 활짝 웃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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