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1.2.4.

오늘말. 총놓기


손에 총을 움켜쥔 채 “야, 우리 말로 하자!” 하고 얘기한들, 말로 할 일이란 없습니다. 우리가 총을 쥐고서 겨누든, 저쪽에서 총을 잡고서 노려보든, “총을 든 손”으로는 처음부터 ‘말로 할 뜻’이 없다고 할 만합니다. 칼을 쥐었을 적에도 매한가지예요. 총이나 칼을 내밀면서 “이봐, 말로 좋게 풀자니까?” 하고 얘기한들, 참말로 말 아닌 주먹다짐이나 총칼부림으로 을러대는 꼴입니다. 이리하여 총도 칼도 내려놓으려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고요히 총칼을 버리고서 싸움을 안 바라는 사람이 차츰 늘어납니다. 어깨동무를 바라면서, 맨몸으로 마주하기를 꿈꾸면서, ‘싸움놓기’란 길로 가고자 합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이 삶에 총칼이 있어야 할 테지만, 언제까지나 서로 사이좋게 나아가려는 삶길이라면 총칼이야말로 부질없지 않을까요? 서로 한결같이 총칼을 겨누면서 눈을 부라려야 지키는 한삶이라면 너무 메마르거나 고단하지 않을까요? 죽어라 총칼을 쥔들 사랑이 싹트지 않습니다. 오래도록 총칼을 쥘수록 총칼에 길들거나 사로잡힙니다. 어느 해부터 내려놓겠습니까. 여태 짊어진 무게를 앞으로도 노상 짊어지렵니까, 이제는 버리겠습니까.


ㅅㄴㄹ


총놓기·총칼놓기·총내림·총칼내림·총버림·총칼버림·싸움놓기·싸움내림·싸움버림 ← 병역거부, 양심적 병역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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