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오늘말. 손바닥


처음으로 “내 손바닥에서 노는군” 하는 말을 듣던 때에는 못 알아들었어요. 내 몸뚱이가 이렇게 큰데 어떻게 네 손바닥에서 놀 수 있나 싶어 갸우뚱했습니다. ‘손바닥’을 그저 조그마한 바닥으로만 여기던 어린 날에는 못 알아들은 그 말씨를 나중에 알아차리지만, 그래도 영 아리송했어요. 머리가 굵는 길에 ‘안마당’이나 ‘앞마당’ 같은 말도 그냥 안쪽에 있거나 앞쪽에 있는 마당이 아닌, 다른 자리를 빗대는 말씨인 줄 조금씩 깨닫습니다. “우리 집”이란 말씨도 제가 어버이하고 살아가는 집일 뿐 아니라 “우리 쪽 모두”를 가리키는 자리에도 쓰는 줄 조금씩 눈을 뜹니다. 그러고 보면 ‘텃밭’이란 낱말도 그렇지요. 말 한 마디를 더 새롭게 쓰는 셈입니다. 말에 담는 뜻을 한결 넓힌다 할 만하고, 새롭게 더하거나 보태거나 붙이거나 덧대면서 말길을 가꾸는 셈이기도 합니다. 새삼스레 어우러지는 말입니다. 양념처럼 깃들다가도 사르르 녹아들어요. 더욱 맛을 내는 재미난 눈빛이요, 가만히 넣거나 곁들이면서 반짝반짝 피어나는 손길입니다. 이 손바닥에 온누리를 얹어 봅니다. 우리 앞마당에 온별을 담아 봅니다. 포근한 집인 둥지입니다.


손바닥·안마당·앞마당·우리·우리 집·우리 쪽·이곳·집·둥지·보금자리·바탕자리·바탕터·바탕집·텃밭·텃자리 ← 홈(home), 홈그라운드, 홈구장


곁들이다·곁들이·곱·곱하다·더·더더·더욱·맛내기·양념·깃들다·녹아들다·녹이다·넣다·담다·담아내다·채우다·섞다·더하다·보태다·붙이다·덧대다·덧붙이·덧바르다·덧입히다·덧붙다·어우러지다·어울리다·얼크러지다·하나되다 ← 가미(加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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