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
박지웅 지음 / 마음의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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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61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

 박지웅

 마음의숲

 2020.11.9.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박지웅, 마음의숲, 2020)를 읽었습니다. 글님이 짐차를 처음 몰다가 그만 꽈당 부딪힌 이야기를 거듭 돌아보았습니다. 저는 씽씽이를 몰지 않지만, 몇 판쯤 씽씽이한테 치였습니다. 저를 치고 간 씽씽이는 모두 뺑소니였고, 모두 서울에서 겪었습니다. 새벽에 자전거를 몰며 새뜸을 다 돌리고서 이제 쉬러 돌아가는 길에 뒤에서 들이받힌 적이 있고, 헌책집에 책을 사러 자전거를 몰고 가는 길에 또 뒤에서 들이받힌 적이 있습니다.


  한자말로는 ‘자동차’라 하지만, 찻길에서 으레 바람을 가르며 씽씽 달리니 ‘씽씽이’일 텐데, 그야말로 씽씽 물결치는 이 쇳덩이는 어쩐지 자전거를 대단히 미워하거나 싫어합니다. 자전거를 좋아하거나 아끼는 쇳덩이도 더러 있습니다만, 갑자기 뒤에서 아슬아슬하게 밀어붙이며 거님길 턱에 걸리도록 한다든지, 사납게 빵빵거리거나 앞등을 켰다 끄며 괴롭히는 이들이 수두룩했어요. 이들은 짐자전거 아닌 ‘천만 원이나 일억 원짜리 자전거’한테도 이런 짓을 했을까요?


  글님은 글을 씁니다. 글님이니 글을 쓸 텐데, 글님이 쓰는 글은 가늘게 퍼지는 노래입니다. 살아온 길 그대로 쓰고, 살아가려는 길 그대로 씁니다. 사랑하는 삶 그대로 쓰고, 사랑하려는 삶 그대로 쓰지요.


  겨울이 저물려는 1월 끝자락은 매우 포근하다가도 바람이 칼처럼 하늘을 찢으려 합니다. 볕이 잘 드는 풀밭에는 몽실몽실 봄까지꽃이 무리를 이루어 보랏빛 꽃송이를 터뜨립니다. 높바람이 문득 속삭입니다. 아직 겨울이라고, 이제 높바람이 떠나고 마파람이 흐르겠지만, 이 높바람이 할 일이 남았기에 쌩쌩 구름을 날리고 앙상한 가지를 흔든다고, 춥다고 웅크리면 언제나 추위에 떨 테니 어깨를 펴고 높바람을 듬뿍 가슴에 안으라고 …… 합니다.


  바람은 노래합니다. 우리는 춤을 춥니다. 바람이 춤춥니다. 우리는 노래를 부릅니다. 이렇게 이슥하여 별빛이 너울너울합니다.


ㅅㄴㄹ


누가 붙잡아둔다고 가능한 일도 아니다. 스물다섯 사람은 모두 자기가 선택한 시간과 공간을 지킴으로써 자기 자신과 한 화요일의 약속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38쪽)


그렇게 서울을 떠난 지 21일째, 고향 부산에 도착했다. 샌들을 신고 대나무 작대기를 짚으며 들어간 고향 집. 어머니는 새까맣게 탄 아들을 보고 “아이고” 소리만 내셨다. 그리고 아들이 짚고 온 대나무 작대기를 몇 년 동안 집에 보관하셨다. (77쪽)


사랑의 유통기한도 갈수록 짧아지고 있습니다. 거대 운석과 충돌하는 순간이 아니라, 사랑이 사라지는 순간 인류를 종말을 맞이할 것입니다. (120쪽)


동래 옛집을 떠나 서울로 돌아온다. 서울은 나에게 있어 문명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이 거대 도시에서 살아가면서 내가 가진 생태적 삶이라고는 흙 한 줌뿐이다. (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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