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3.


《샹파뉴 1》

 아라키 조 글·나가토모 켄지 그림/나민형 옮김, 학산문화사, 2020.3.25.



어느덧 등허리앓이는 거의 씻은 듯하다. 등짐을 짊어지고서 제법 걷기도 하고, 작은아이랑 자전거마실을 다니기도 한다. 마을 빨래터를 치우기도 하고, 이럭저럭 집안일도 한다. 그렇지만 부엌에서 밥을 짓느라 꼬박 서서 움직이노라면 어느새 허리 한켠이 욱씬욱씬한다. 다 지어 놓고서 “우리 이쁜 아이들아, 이제 너희가 자리를 닦고 쓸고 곁밥을 꺼내서 차리렴. 아버지는 허리를 펴야겠구나.” 하고 말한다. 읍내를 다녀온다. 작은아이는 “나도 같이 갈래.” 하면서 따라온다. 이모저모 볼일을 마치고 걷는다. 언제나 걷는다. 또 걷고 새로 걷는다. 돌아오는 시골버스는 옆마을에서 내린다. 황산마을부터 동백마을까지 논길을 걷는다. 바람빛을 마신다. 봄으로 넘어가려는 바람이 시든 억새를 간질인다. 사라락사라락 노랫가락이다. 잎샘바람이 댓잎을 건드린다. 촤라락촤라락 물결가락이다. “산들보라 씨, 바람이 잎을 스치는 소리가 다 다른 노래인데, 느끼겠니?” 《샹파뉴 1》를 읽으면서 꽤 길게 이으려나 싶었으나, 두걸음으로 마무리를 짓는다고 하네. 두걸음은 곧 장만하려 한다만, 먼저 장만할 책이 많다. 맛 한 방울에 얽힌 삶을 찾고 헤아리는 손길은 어디에 있을까. 물맛 밥맛 술맛을 보는 이들은 바람맛 별맛 볕맛을 얼마나 읽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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