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오늘말. 고름



아플 적에는 눕습니다. 쓰러지거든요. 쓰러져서 눕다 보면 여느때에는 못 보던 모습을 흔히 봅니다. 앓는 몸이라서 보인다고도 할 테지만, 끙끙거리며 꼼짝을 못하니 숱한 넋이며 깨비가 눈앞을 어른거립니다. 다치면 힘들고 무너지면 고단하고 쓰러지면 벅차고 자빠지면 지칩니다. 그렇지만 모두 지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걸음씩 나아가면서 털어냅니다. 오늘을 살아온 자리를 되짚으면서 어떤 지음길이었고 디딤길인가를 새깁니다. 멍이 든 곳은 더 아픈 데인데, 때로는 부풀어서 고름이 맺혀요. 이 고름은 짜내지 않으면 안 사라집니다. 곪거든요. 바늘을 달구어 실을 꿴 다음 구멍을 냅니다. 속에서 썩은 물이 주르르 실에 젖어듭니다. 낱낱이 짜내면 몸을 움찔하지만 이동안 조금씩 개운하지요. 하나하나 풀어낸달까요. 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이하면 온누리 풀밭은 시들어요. 누렇게 시들다가 하얗게 말라 버리는데, 땅밑에서는 뿌리가 아직 든든합니다. 한해살이풀이어도 뿌리만큼은 야물게 흙을 품어요. 이러면서 새봄에 새삼스레 줄기를 올리고 뿌리를 더 뻗습니다. 우리가 선 이 자리에서 앓는 이웃하고 어깨동무해 볼까요? 같이 흐르고 함께 풀어요.



아프다·앓다·-앓이·멍·고름·시름·곪다·곯다·썩다·시들다·끙끙거리다·눕다·망가지다·무너지다·쓰러지다·자빠지다·허물어지다·뒤틀리다·다치다 ← 병(病), 병들다, 병나다

거치다·지나다·흐르다·걷다·걸어오다·걸어온길·걸음·자국·자취·해적이·결·곬·길·사이·틈·-새·자리·줄거리·줄기·쪽·일·지음길·낱낱·동안·디딤돌·디딤길·하나하나·하나씩·살림·삶·한살이 ← 과정(過程)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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