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6.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

 박지웅 글, 마음의숲, 2020.11.9.



작은아이를 샛자전거에 태워 달리면서 잎샘바람을 느낀다. 며칠 앞서는 온몸이 꽁꽁 얼어붙는 센바람이라면, 오늘은 그때 못잖은 센바람이지만 몸이 얼어붙지는 않는다. 바람결이 달라지면서 찬결도 달라지네. 그래도 바람이 세니 다리심이 많이 든다. 문득 바람이 속삭이는 소리가 스민다. “오늘은 잎샘바람이야.” “응? 잎샘바람?” “그래? 해마다 쐬잖니?” “어, 아직 1월인데.” “해마다 겨울이 일찍 저무는 줄 모르니?” “그래, 그렇더라도 좀 이르네. 지난해에 대도 벌써 잎샘바람이로구나.” “그나저나 왜 ‘잎샘’이라고 생각하니?” “어어, 잎을 시샘하는 바람 아닌가?” “핏. 더 생각해 봐.”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는 노래 한 자락에 오늘 하루를 담아내는 길에 문득 길어올린 이야기를 편다. 책이름처럼 고양이밥을 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루에 곁을 두자는 이야기요, 마음에 틈을 두자는 재잘거림이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속살거리는 바람하고 이야기를 하려면 느긋해야지. 풀꽃하고 수다를 떨려면 차분해야지. 곁을 둘 수 있기에 느긋하게 노래할 수 있다. 틈을 두기에 차분하게 생각을 지필 만하다. 서둘러서 갈 적에는 바람이며 풀꽃하고뿐 아니라, 아이나 이웃이나 동무하고도 눈을 못 맞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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