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오늘말. 일멎이


일이 끊기면 먹고살기 어렵다고 합니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밥살림을 손수 지었기에 사달이나 저지레가 없었습니다만, 어느새 일터를 나가서 돈을 벌어야 밥을 장만해서 누리는 길로 확 바뀌니 일줄이 끊기면 두려워하는 나라가 되었어요. 하던 일을 멎으면 무섭고, 일틈새가 생기면 조마조마하다지요. 그런데 마당이 없고 텃밭이 없으며 뒤꼍이 없는 잿빛집을 얻어서 살아가는 서울살이가 쫙 퍼진 만큼, 일을 멈추기 어렵습니다. 걸음을 못 멈추지요. 겹겹이 쌓아서 서른이나 쉰에 이르는 잿빛집이라지만, 값이 꽤 비싼 집이라지만, 나무 한 그루를 못 심고 씨앗 한 톨을 못 묻어요. 겨울눈이 트는 나무를 못 보고, 봄나물이 돋는 풀밭을 못 걸어요. 손수 심어서 손수 가꾸고 손수 거두어 손수 차리는 살림길이라면 다치는 일이 없습니다. 손살림일 적에는 어떤 불벼락이 몰아쳐도 거뜬히 견딥니다. 우리가 손수 심어서 가꾸지 않은 밥을 사다가 써야 하는 판이기에, 자칫 말썽이나 궂은일이 벌어집니다. 돈을 앞세우면서 밥에 장난을 치는 사람이 나타나거든요. 앞으로는 서울 한복판에서도 손수 풀꽃나무를 마주하는 마당이 늘어나야지 싶어요. 흙일이 살림입니다.


ㅅㄴㄹ


일이 끊기다·일줄이 끊기다·일끊기·일줄끊기·걸음멎이·걸음을 멈추다·걸음틈새·일멎이·일을 멈추다·일틈새 ← 경력단절


다치다·죽다·골치·골칫거리·말썽·말썽거리·짓·짓거리·나쁜일·날벼락·벼락·불벼락·일·사달·잘못·저지레·궂은일·갖은 일·갖가지 일·숱한 일·온갖 일·무슨 일·들이받다·치다·터지다 ← 사고(事故), 사건, 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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